Login Register
G
곰인형청음실 banner
곰인형청음실

곰인형청음실

@UCd7_Llhab_i-evLMXcpaZHQ - 675 subscribers

이 몸, 미천하오나 근래 한 가지 가락의 길을 더듬어 보고자 하였나이다. 옛적 정취를 품은 노랫말에, 이즈음 세상에 널리 쓰이는 기계의 말들을 빗대어 사람의 연정과 이별, 그리움의 결을 풀어내고자 함이옵니다. 본디 가락이라 함은 사람의 심사를 담는 그릇이라 하였거늘, 요사이 세상은 글 대신 기호로, 말 대신 신호로 뜻을 전하는 일이 잦사옵니다. 이에 이 몸은 문득 생각하였나이다. 이 기계의 말 또한 사람의 정과 닮아 있지 아니한가 하고. 찾을 수 없다 하여 남는 공허함, 서로 맞지 아니하여 끝내 어긋나는 인연, 헤아릴 수 없어 넘쳐흐르는 마음, 나누려 하나 성립되지 못하는 외로운 정까지도, 모두가 한때는 있었으되 온전히 이어지지 못한 연모의 다른 이름이라 여겼나이다. 이에 이 몸은 구한말 적 여류의 어투를 빌려 차마 다 전하지 못한 정을 고이 눌러 담고, 현대의 기계가 다루는 오류의 언어를 빗대어 사람의 마음을 풀어내는 가락을 짓고자 하였나이다. 옛스러운 말씨와 느린 호흡 위에 이즈음의 음률과 소리를 얹어, 낯설고도 익숙한 결의 노래를 이루고자 함이니, 이는 곧 옛 정서와 새로운 형식이 서로 스며든 하나의 장르라 할 만하옵니다. 혹 이 가락을 듣는 이 있으시거든 한 줄의 말, 한 토막의 음이라도 각자의 지난 날과 겹쳐 떠오른다면, 그 또한 이 노래가 제 소임을 다한 것이라 여기겠나이다. 부디 이 미약한 시도가 잊힌 정을 다시 불러내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바라며, 이 몸은 오늘도 또 한 곡의 마음을 엮어 올려 보려 하옵니다.